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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홈 / 2016> 최악의 금융 위기 그리고 삶의 기로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

도다매비 2024. 6. 25. 13:17

한 남자가 사냥용 장총을 손에 쥐고 울부 짖는다.

 

법원의 비합리적인 판결과 부당한 제도로 그는 아내와 아이의 보금자리인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다시 또 울부 짖는다.

"저길 봐. 저건 태양이야, 빛나는 태양"

"그 누구도 이게 밤이라 할 수 없어"

"신이 내려와 어두운 밤이라고 할지라도 낮은 낮이야."

"왜냐면 이건 너무 명백한 사실이니까"


일용직 노동자로 현장에서 가리지 않고 일거리를 받는 내쉬(앤드류 가필드 役)는 어머니, 어린 아들과 셋이 살고 있다.

내쉬가 어린시절 알콜중독에 따른 심장마비로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해, 내시는 무책임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에 대한 원망도 가지며 산다.

 

그래서인지 내쉬는 가장으로써 어머니와 아들을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 최악의 금융 위기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업의 줄도산과 함께 폭등했던 부동산 버블이 터진다.

 

당시 금융기관과 은행은 신용불량자에게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제공하여 집을 살 수 있게 하였고, 이는 부동산 투기와 함께 고위험성의 부실 채권 상품이 쏟아지게 된 시작이었다. 

급격한 경기 불황 이후에는 건설 현장 경험이 많은 내쉬도 일거리를 찾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다.

 

경제 위기가 더욱 확산되던 시기, 부동산개발업자들은 대출 상환이 되지 않고 있는 주택들을 싸게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본과 권력을 바탕으로 은행, 판사, 보안관 등과 결탁하여, 부실한 가계 부동산을 처리하는데 앞장선다. 

 

성공한 부동산개발업자 릭 카버(마이클섀년 役)는 보안관과 함께 은행에 팔린 부동산을 대상으로 퇴거 명령을 내세워 거주중인 사람들을 내쫓는다.


그리고 내쉬도 이런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내쉬는 자신을 내쫓았던 릭을 만난 뒤, 지옥같은 현재의 상황을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을 궁지로 내몰은 인간이지만 이제는 그에게 일거리를 주고 큰 돈을 벌게 해주는 인간이다.

그리고 릭 밑에서 일하는 내쉬는 시간이 흘러 보안관과 함께 퇴거명령을 다니는 전담 직원이 된다.

퇴거명령 대상자는 나이 들어 혼자 지내는 노인부터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모까지 한 집도 예외는 없다.

 

"누구에게나 항상 사정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에서 내쫓기며 불안하고 괴로운 삶으로 내몰렸던 내쉬는 어느 순간 다른 가족을 집에서 내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연 나는 가족의 고통을 선택할 것인가, 비도덕적이며 비도의적인 일을 택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절대 전자를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가장으로써의 책임 때문 뿐만은 아닐 것이며, 책임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가족의 고통을 그저 바라봐야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라스트홈은 이처럼 변해가는 상황과 심리 묘사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과도한 감정몰입을 이끌어내는 신파적 요소가 아닌, 주인공과 대립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확대하며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하였다.

마진콜, 빅쇼트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가지 사태를 다룬 영화 중 하나라는 라스트홈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호평들로 인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100명 중 1명만 방주에 타는거야"

 

라스트홈의 원 제목은 <99 homes>.

나는 99homes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두 가지로 하고 싶다.

1. 100개의 부동산 매입을 목표로 두었던 릭과 내쉬가 어떠한 사건으로 이루지 못해 99개에서 막을 내린 이야기.

2. 노아의 방주에는 100명 중 한 사람만 타고 나머지 99명은 타지 못한다는 것. 자본주의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버려진 99명에 속하는 것이 아닌 승자 단 한명이 되는 것. 그리고 세상에 남겨진 99명의 사람들에 대한 처절한 이야기.

 

하늘에 떠있는 것은 태양이며, 태양이 떠있는 시간은 밤이 아닌 낮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내 집''내 집'이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지극히 당연했던 '나의 보금자리'를 탐욕스러운 구조에 의해 빼앗기는 상황.

 

물론 그들의 무지함과 안일함도 한 몫 했을 수 있겠지만.


국제 금융 위기가 발생한지 15년도 지났지만, 전쟁부터 코로나까지 인류는 아직도 여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살아 생전에 노아의 방주와 같은 사건을 마주할 확률은 현저히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는 선택의 기로의 서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방주에 오를지 아니면 오르지 못해서 어떻게든 살기위해 발버둥처야할지.

 

마치 인간으로 죽을 것이냐 좀비로 살아 남을 것이냐 하는 스릴러 영화처럼,

많은 생각과 고찰을 하게 만드는 영화 <라스트홈>이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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